A씨(가명)는 얼마 전 아버지 B씨가 공증인 사무소에서 공정증서 유언을 작성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아직 생존해 계시고, 유언장 내용이 궁금한 A씨는 혹시나 유언장에 문제가 있지는 않을까, 또 자신의 상속 지분이나 재산 분할 계획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미리 알고 싶어 여러 방법을 알아보았습니다.
그러나 어디서든 “유언자는 아직 생존 중이고, 유언 공증 시 법적으로 정해진 절차를 모두 거쳤다면, 제삼자가 함부로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없다”라는 답만 들었습니다.
“유언 공증은 분명히 적법하게 작성되었다고 하는데, 실제로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어떡하나요?”
“공정증서유언이라고 하더라도 무효가 될 수 있는 경우가 있다는데, 내게 불리한 점은 없는지요?”
이처럼 A씨는 아버지가 공증받은 유언장의 내용을 미리 알아보고 싶었지만, 법률상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듣고 답답함을 호소하는 상황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공정증서유언서의 열람과 발급, 그리고 공증 절차상 문제로 인한 책임 등에 관해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1. 공정증서유언은 무조건 유효한가?
공정증서유언은 크게 다음의 형식적 요건을 모두 갖추어야 비로소 유효한 유언으로 인정됩니다(민법 제1068조, 제1072조, 제1091조 등).
- 적법한 증인 2인의 참여
- 유언자가 공증인의 면전에서 직접 유언의 취지를 구수할 것
- 공증인이 유언자의 유언 취지를 필기·낭독하고, 유언자와 증인이 승인할 것
- 유언자와 증인이 각각 서명 또는 기명날인할 것
이 중 한 가지라도 충족하지 못하면 해당 유언공증은 무효가 됩니다. 따라서 공증인의 실수로 이러한 요건을 빠뜨리거나, 유언자의 의사능력에 문제가 있었다면, “공정증서유언이 무조건 유효하다”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특별히 유언의 무효사유가 발견되기 전까지는 공정증서유언은 일단 적법유효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를 유언 공증의 공정력이라고 합니다.
2. 유언 공증의 ‘공정력’이란?
공정증서유언은 공증인이 법에서 정한 방식에 따라 작성한 문서이므로, “적법하게 작성되었다는 추정력(공정력, 무하자추정력)”을 갖습니다. 이에 따라 공정증서 유언은 유언이 효력을 발생할 시점에 별도의 검인 절차 없이도 바로 효력을 주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유언방식 대비 큰 장점이 있습니다.
다만, “공정력”은 말 그대로 적법하다는 ‘추정’일 뿐, 실제로 위와 같은 절차상 하자로 유효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그 유언 자체가 무효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원칙적으로 유언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아 법정상속분에 따라 재산을 분할하게 됩니다.
3. 공정증서유언의 열람은 언제, 누가 할 수 있을까?
(1) 유언자 생전에는 원칙적으로 열람 불가
유언이라는 것은 유언자의 사망을 전제할 때 비로소 효력이 발생합니다. 따라서 유언자가 아직 생존해 있다면, 유언공증이 설령 작성·보존되어 있더라도 수증자(재산을 받는 사람)나 상속인을 포함한 이해관계인은 그 내용을 확인할 권한이 없습니다.
- 공증인법 제43조 제1항 등에 따르면, 원본 열람은 “촉탁인, 그 승계인, 혹은 증서의 취지에 관하여 법률상 이해관계가 있음을 증명한 자”만 청구할 수 있는데, 유언자가 살아있는 동안은 상속인이 ‘승계인’ 또는 '법률상 이해관계인'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열람 청구를 할 수 없습니다.
- 또한 유언은 대리가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유언자가 스스로 요청하지 않는 한 대리인을 통해서도 확인이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미리 상속인 입장에서는 유언의 내용을 어떻게든 ‘확인’해 두고 싶은 마음이 클 수 있으나, 유언자가 살아 있는 한 내용 확인 자체가 불가능함을 유의해야 합니다.
(2) 유언자 사망 후에는?
유언자가 사망함으로써 유언이 효력을 발휘하게 되면, 유언집행자·수증자·상속인 등은 이해관계인 자격으로 공정증서유언의 원본 열람이나 등본 발급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원본과 같은 효력을 갖는 정본(正本)은 유언집행자만 받을 수 있다는 점이 특징적입니다. (공증인법 제46조)
4. 열람 결과 공증인의 과실로 유언공증이 무효사유가 발견된다면?
열람결과 무효사유가 확인되어 종국적으로 유언공증이 무효가 되면 원상 복귀되어 처음부터 유언이 없었던 것처럼 처리되고, 결국 법정상속분대로 재산이 분할됩니다. 이때, 공정증서로 수증자로 지정되어 큰 이익을 받을 예정이었던 상속인은 상당한 불이익을 입게 됩니다.
만약 공증인이 실수로 위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공정증서유언을 작성하여, 그 유언 자체가 무효가 된 것이라면 공증인과 국가가 연대하여 손해배상을 부담해야 합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06.11.3., 2005가합117970 판결 등).
5. 미리 대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 유언자와의 충분한 대화
유언공증 자체가 미리 열람 불가능하므로, 가까운 가족이라면 유언자(피상속인)와 사전에 충분한 의사소통이 중요합니다. 미리 이야기를 나누어 두고, 유언공증 시 어떠한 내용으로 작성했는지 문서로 정리가 잘 되었는지(예: 적법한 증인 참여 여부, 유언자의 의사 능력 등)를 확인하도록 유도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 전문가 상담
공증과정에서 절차상 하자가 없도록, 그리고 유언자 사망 후 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변호사와 상담을 통해 구체적인 대비책을 세우는 것이 좋습니다. 유언이 무효가 되어버리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려면, 공증 과정 전반에 대한 법률적 점검이 필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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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LAIMER] 위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글로, 구체적 사건에 대한 법적 의견을 제공하거나 변호사와의 상담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실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전문가의 조언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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