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승인신고의 실체적 요건 미비로 신고 거부될 수 있을까?

갑작스러운 상속, 기쁨보다는 걱정이 앞선다면? 남겨진 빚이 재산보다 많을까 봐 두렵다면?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한정승인'입니다. 하지만 한정승인,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시죠? 특히 상속재산이 없거나 채무가 불분명한 경우, 상속관계 가 복잡한 경우 이러한 상속관계를 모두 설명해야 한정승인이 가능할지, 심사 결과 한정승인이 거부되면 어떻게 되는 것인지 걱정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가정법원이 한정승인신고 수리 심판 시 한정승인 신고 내용의 실체적 내용과 요건을 문제 삼아 신고 수리를 거부하고 한정승인을 못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지 자세히 설명드리겠습니다. 

 

1. 한정승인신고의 수리 여부

한정승인신고가 적법한지 여부를 심리하는 가정법원은, 일단 형식적 요건을 충족한 한정승인신고에 대해 수리 결정을 내립니다. 대법원 판례(2006. 2. 13. 자 2004스74 결정)에 따르면, 가정법원은 실체적 요건을 문제 삼아 한정승인신고를 불수리할 수는 없습니다.

 

이는 상속재산 파악이나 상속채무의 존재 여부 등의 실체적 요건에 대한 최종 판단은 별도의 민사소송에서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 대법원 2021. 2. 25. 선고 2017다289651 판결 참조)

 

대법원 2021. 2. 25. 선고 2017다289651 판결

가정법원의 한정승인신고 수리의 심판은 일응 한정승인의 요건을 구비한 것으로 인정한다는 것일 뿐 그 효력을 확정하는 것이 아니고, 한정승인의 효력이 있는지 여부에 대한 최종적인 판단은 실체법에 따라 민사소송에서 결정될 문제이다. 가사소송규칙 제75조 제3항은 가정법원의 한정승인신고 수리 심판서에 신고 일자와 대리인에 관한 사항을 기재하도록 정할 뿐 민법 제1019조 제1항의 한정승인과 같은 조 제3항의 특별한정승인을 구분하여 사건명이나 근거조문 등을 기재하도록 정하고 있지 않고, 재판실무상으로도 이를 특별히 구분하여 기재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민법 제1019조 제3항이 신설된 후 상속인이 단순승인을 하거나 단순승인한 것으로 간주된 후에 한정승인신고를 하고 가정법원이 특별한정승인의 요건을 갖추었다는 취지에서 수리심판을 하였다면 상속인이 특별한정승인을 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민법 제1019조 제3항이 적용되는 사건에서 상속인이 단순승인을 하거나 민법 제1026조 제1호, 제2호에 따라 단순승인한 것으로 간주된 다음 한정승인신고를 하여 이를 수리하는 심판을 받았다면, 상속채권에 관한 청구를 심리하는 법원은 위 한정승인이 민법 제1019조 제3항에서 정한 요건을 갖춘 특별한정승인으로서 유효한지 여부를 심리ㆍ판단하여야 한다.

 

 

한정승인 신고 심판은 상속관계의 실체적 관계가 제대로 된 것인지를 심사하지 않습니다. 단순히 한정승인 신고자의 한정승인 의사가 명백한 것인지만 심사하는 것입니다. 실제 상속관계는 별도 민사소송의 개별 사건에서 본격적으로 다투어지게 됩니다.

 

2. 피상속인의 재산과 채무 현황을 정확히 모를 경우 대처 방법

현재 서울가정법원에서는 상속재산(적극재산)이 없고, 상속인이 상속받을 채무를 명확히 알지 못하는 경우에도 한정승인신고를 수리하고 있습니다. 한정승인서에 적극재산을 0으로 기재하고, 소극재산을 '모름'이라고 기재한 목록을 제출해도, 한정승인 의사를 명백히 한 경우라면 신고를 수리해주고 있습니다. 이는 한정승인 수리 심판 절차가 실체 상속 관계를 심사하는 것이 아니라 상속인의 한정승인의 의사를 확인하는 절차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사망하신 부모님의 재산이
어떤 상황인지 정확히 모르더라도
재산보다 채무가 많다는 점이 분명하다면
재산목록을 정확히 기재하지 않더라도
한정승인 신고가 가능하므로
채무과 과다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한정승인 신고를 기간 내 처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4. 한정승인신고의 절차

한정승인신고는 상속 개시지, 즉 피상속인의 마지막 주소지를 관할하는 가정법원에 제출해야 합니다. 심판청구서 원본은 직접 방문, 전자, 우편 제출이 가능하며, 대리인을 통해 제출도 가능합니다. 가정법원 단독판사가 심리하여 적법하다고 판단되면, 신고 날짜, 대리인 성명과 주소를 기재한 심판서를 작성하여 고지합니다.

 

한정승인 신고의 효력은 신청서 접수일이나 심판 결정일이 아닌, 수리심판이 당사자에게 고지된 때부터 발생합니다

 

3. 신고가 각하되는 경우

다만, 한정승인신고 자체가 부적법한 경우, 가정법원은 이를 각하합니다. 예를 들어, 신고기간을 도과한 경우, 본인의 의사에 기한 것이 아닌 경우, 한정승인신고서에 상속재산 목록이 첨부되지 않아 보정명령을 내렸는데 이에 응하지 않은 경우 등입니다. 이러한 경우, 신고는 불수리 심판이 아니라 각하로 처리됩니다.

 

한정승인 신고 만으로 상속관계가 완전히 정리된 것으로 오해하시면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결론

한정승인신고는 상속인의 재산을 보호하는 중요한 절차입니다. 가정법원은 한정승인신고의 형식적 요건을 충족한 경우 수리 결정을 내리며, 실체적 요건에 대해서는 별도의 민사소송에서 최종 판단을 내립니다. 상속인으로서 한정승인을 고려하고 있다면, 신고 절차와 요건을 명확히 이해하고, 필요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중요한 점은 한정승인 신고가 수리되었다고 하여, 상속관계가 완전히 정리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점입니다. 앞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상속과 관련된 실체적 판단은 결국 민사소송에서 정식으로 심리될 수밖에 없으므로, 한정승인 신고가 수리되었다고 하더라도, 예상치 못한 사정으로 한정승인 효력이 무효가 될 수도 있으므로, 반드시 법률 전문가의 상담과 조력을 받아 상속관계를 정리해나가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상속과 한정승인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시다면, 언제든지 댓글이나 아래 상담신청으로 문의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