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법무법인 강호 오준성 변호사입니다.
"아버지가 임종 직전에 자녀들에게 재산을 나누어 주겠다는 말씀을 동영상으로 녹음해 두셨습니다.
그런데 변호사님이 보시더니 '이건 유언으로 효력이 없다'고 하시더군요.
그러면 이 녹음은 아무 의미가 없는 건가요?"
실무에서 자주 받는 질문입니다. 민법이 정한 유언의 엄격한 방식을 갖추지 못한 경우, 그 유언은 효력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때 마지막 카드로 검토되는 것이 바로 '사인증여(死因贈與)'로의 전환입니다. 무효인 유언을 사인증여로 인정하면, 적어도 일부라도 망인의 의사를 살려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대법원이 2023년 9월, 사인증여 전환의 요건을 매우 엄격하게 판단한 중요한 판결을 선고했습니다.
오늘은 대법원 2023. 9. 27. 선고 2022다302237 판결을 중심으로, 녹음유언이 무효가 되었을 때 사인증여로 살릴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떤 요건을 갖춰야 하는지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1. 녹음유언이 무효가 되는 가장 흔한 이유 — 증인 결격

민법은 5가지 유언 방식(자필증서, 녹음, 공정증서, 비밀증서, 구수증서)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 중 녹음유언은 가장 간편해 보이지만, 의외로 무효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민법 제1067조 (녹음에 의한 유언)
녹음에 의한 유언은 유언자가 유언의 취지, 그 성명과 연월일을 구술하고 이에 참여한 증인이 유언의 정확함과 그 성명을 구술하여야 한다.
녹음유언이 효력을 갖기 위해서는 반드시 증인 1명 이상이 참여해야 하는데, 여기서 큰 함정이 있습니다. 바로 증인 결격사유입니다.
민법 제1072조 (증인의 결격사유)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유언에 참여하는 증인이 되지 못한다.
1. 미성년자
2. 피성년후견인과 피한정후견인
3. 유언에 의하여 이익을 받을 자, 그의 배우자와 직계혈족
가장 빈번한 무효 사유는 제3호입니다. 유언으로 재산을 받게 될 사람(또는 그 배우자·직계혈족)이 증인으로 참여한 경우입니다. 부모님의 임종 직전에 자녀가 동영상을 촬영하면서 유언을 받는 경우, 그 자녀가 유언으로 이익을 받는 사람이라면 증인 자격이 없어 유언 전체가 무효가 됩니다.
2. 사인증여란? — 무효 유언의 마지막 구제 수단

사인증여(死因贈與)란 증여자가 생전에 무상으로 재산을 주겠다고 약속하고, 증여자의 사망으로 그 약속의 효력이 발생하는 증여계약의 일종입니다(민법 제562조).
유증과 사인증여의 결정적 차이는 법률행위의 성격에 있습니다.
| 구분 | 유증 (遺贈) | 사인증여 (死因贈與) |
|---|---|---|
| 법률행위 성격 | 단독행위 | 계약 (쌍방행위) |
| 성립 요건 | 유언자의 일방적 의사표시 | 청약과 승낙에 의한 의사 합치 |
| 방식 | 민법이 정한 5가지 방식 (엄격) | 계약이므로 방식 자유 |
| 효력 발생 | 유언자 사망 시 | 증여자 사망 시 |
핵심은 "사인증여는 계약"이라는 점입니다. 따라서 무효인 유언을 사인증여로 전환하려면, 단순히 망인의 의사가 있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수증자와의 의사 합치(청약과 승낙)가 있어야 합니다.
3. 사건의 사실관계 — 동영상 속 "그럼 됐나"의 의미

이 사건의 사실관계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항목 | 내용 |
|---|---|
| 피상속인 | 자녀 7명을 둔 망인 |
| 유언 내용 | 5필지 토지와 건물을 차남(원고)과 장남에게 일부씩 분배. 장남은 상속 후 60일 이내에 딸들에게 각 2,000만 원씩 지급 |
| 유언 방식 | 차남이 동영상으로 촬영 (녹음유언) |
| 참석자 | 망인과 차남(원고) 단 두 명 |
| 차남의 반응 | "상속을 받겠다"는 명시적 답변 없음. 망인이 유언 내용을 읽다가 "그럼 됐나"라고 자문 |
녹음유언의 증인이 차남 1명인데, 차남은 유언으로 이익을 받는 사람이라 증인 결격사유(민법 제1072조)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이 녹음유언은 무효입니다.
그러자 차남(원고)은 다른 형제·자매들을 상대로 "이 유언을 사인증여로 인정해달라"고 주장했습니다. 자신과 망인 사이에는 청약과 승낙이 있었으니, 적어도 자신에게 분배된 재산만큼은 사인증여로서 효력이 있다는 논리였습니다.
4. 대법원의 판단 — 엄격한 기준의 새로운 법리

결론적으로 대법원은 차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종래보다 훨씬 엄격한 판단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대법원 2023. 9. 27. 선고 2022다302237 판결 (요지)
유언자인 망인이 자신의 상속인인 여러 명의 자녀들에게 재산을 분배하는 내용의 유언을 하였으나 민법상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유언의 효력이 부정되는 경우, 유언을 하는 자리에 동석하였던 일부 자녀와 사이에서만 '청약'과 '승낙'이 있다고 보아 사인증여로서의 효력을 인정한다면, 자신의 재산을 배우자와 자녀들에게 모두 배분하고자 하는 망인의 의사에 부합하지 않고 그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던 나머지 상속인들과의 형평에도 맞지 않는 결과가 초래된다. 따라서 유언자인 망인과 일부 상속인 사이에서만 사인증여로서의 효력을 인정하여야 할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그와 같은 효력을 인정하는 판단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대법원이 강조한 핵심 논거는 두 가지입니다.
🔹 망인의 진정한 의사 반영
망인은 모든 자녀에게 재산을 분배하려는 의사를 가졌습니다. 그런데 그 자리에 우연히 동석한 한 자녀와의 사이에서만 사인증여를 인정하면, 망인의 의사가 왜곡됩니다.
🔹 다른 상속인과의 형평성
유언 자리에 참석하지 못한 다른 상속인들이 손해를 보게 되는 결과는 부당합니다. 우연한 동석 여부가 상속의 결과를 좌우해서는 안 됩니다.
구체적인 사실관계 평가에서도 대법원은 엄격했습니다. 동영상에서 망인이 "그럼 됐나"라고 한 발언은 차남에게 물어본 것이 아니라 단순한 자문(自問)에 불과하고, 차남도 명시적인 승낙의 언동을 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청약과 승낙에 의한 의사 합치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었습니다.
5. 종래 판례와의 차이 — 더 엄격해진 기준
이 판결의 의미를 이해하려면 종래 판례와 비교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 구분 | 종래 판례 (2004두930 등) | 2023년 판결 (2022다302237) |
|---|---|---|
| 승낙 인정 기준 | 유언 현장에 입회한 사실만으로도 인정 가능 | 단순 입회로는 부족, 승낙의 명시적·묵시적 언동 필요 |
| 전환 가능성 | 비교적 너그럽게 인정 | 엄격하고 신중하게 판단 |
| 망인 의사 고려 | 개별 의사표시 중심 | 전체 상속인과의 형평성 고려 |
2023년 판결은 사인증여 전환을 통한 우회적 인정을 엄격히 제한함으로써, 유언 방식의 엄격성을 다시 한번 강조한 의미가 있습니다.
6. 실무 시사점 — 유언은 처음부터 정확히
이번 판결이 주는 실무적 교훈은 명확합니다.
🔸 유언은 처음부터 적법한 방식으로
가장 안전한 방법은 공정증서 유언입니다. 변호사나 법무사의 도움을 받아 공증인 앞에서 작성하면, 방식 하자로 무효가 될 위험이 거의 없습니다.
🔸 녹음유언 시 증인 자격 확인 필수
녹음유언을 선택하더라도, 증인이 될 사람이 유언으로 이익을 받는 사람이나 그 배우자·직계혈족이 아닌지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보통 친구, 이웃, 변호사 등 이해관계가 없는 제3자를 증인으로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 사인증여 전환은 최후의 수단
유언이 무효가 된 후에 사인증여로 살리려는 시도는 이제 매우 어렵습니다. 청약과 승낙이라는 명확한 증거가 있어야 하며, 다른 상속인과의 형평성도 고려됩니다.
🔸 사인증여 약속이라면 별도 계약서로
망인이 생전에 특정인에게 재산을 주겠다고 약속한다면, 차라리 사인증여 계약서를 명시적으로 작성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청약과 승낙이 명확히 기록되기 때문입니다.
7. 결론 — 유언과 사인증여, 처음부터 명확히 구분해야 합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무효인 유언을 사인증여로 우회 인정하던 종래 실무에 제동을 건 의미 있는 판결입니다. 망인의 의사를 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모든 상속인 사이의 형평성도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입니다.
유언을 작성하실 때는 처음부터 적법한 방식을 갖추는 것이 최선입니다. 특히 증인 자격에 문제가 없는지, 녹음·자필 등 각 방식의 요건이 충족되는지 꼼꼼히 확인해야 합니다.
유언의 효력 여부가 다투어지거나, 무효인 유언을 사인증여로 전환할 수 있는지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라면, 상속 사건 경험이 풍부한 오준성 변호사에게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최선의 법적 대응을 함께 모색해 드리겠습니다.
면책 공고
본 포스팅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사건의 사실관계에 따라 법적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본 글만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적 판단의 근거로 삼으실 수 없으며, 반드시 법률 전문가와 직접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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